연중 제22주일(다해) 루가 14,1.7-14; ’25/08/31

우리말에 허세를 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허세라는 단어는 허장성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이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다른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자기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위치와 신분으로 또는 소유와 명예 등으로 치장하고 가장합니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나, 자기 말을 듣게 하려고 미리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나 방법만 다를 뿐, 같은 모습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위선과 거짓으로 자신을 드러내어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기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없거나 열등감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선물로 주신 자기 고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또 그러기에 자신만의 장점을 계발 발전시키지 못한 채, 남의 장점이 부러워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취하고 싶어 하거나,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발이 “나는 손이 아니니 몸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해서, 몸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 모두 사도일 수야 없지 않습니까? 모두 예언자일 수야 없지 않습니까? 모두 교사일 수야 없지 않습니까? 모두 기적을 일으킬 수야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십시오.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더욱 뛰어난 길을 보여 주겠습니다."(1코린 12,12-15.27.29.31)

그리고는 그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이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4-7)

우리가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그 성격과 자질과 특성을 계발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찾음으로써 남도 찾아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기에, 내가 가지지 않은 점을 다른 이에게서 찾을 수 있고, 또 그렇게 찾게 됨으로써,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님께 감사드리며, 형제들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진정 나에게 보내 주신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서로 도와서 하나의 교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오늘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가 14,11) 자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가졌기에 스스로 낮출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하느님께서 주신 자기 자신을 가졌기에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나갑니다.

그리고 높다고 여겨지는 형제에게 굽실거리지 않고, 낮다고 여겨지는 형제에게 차별대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서로가 이해관계 속에서 만나지 않고, 형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12절)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형제를 우리보다 못하다고 여기던 과거의 생각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중한 선물로 여길 수 있게 되어 형제를 아끼고 존경하게 됩니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13절)

가진 사람만이 나눌 수 있습니다. 가지지 못한 사람은 나누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 탐욕스럽게 달려듭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가지셨습니까? 

자기 자신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의 돈이나 시간이나 몸을 나눕니다. 그렇게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기뻐합니다. 결국 우리가 천국에서 주님께 받아 누릴 기쁨과 평화를 이미 이 땅에서 미리 받아 누립니다. 

우리도 우리 삶에서 천국의 삶을 미리 앞당겨 누리며 삽시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덧붙여 주십니다.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14절)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살리지도 못하는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살지 말고, 하느님을 보고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겸손하게 살 수 있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2코린 12,9ㄷ.10ㄴ)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선을 베풀 수 있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실 것입니다."(로마 2,6)라고 덧붙여 주십니다.

선종하신 최민순 신부님께서는 '두메꽃'이라는 시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외딸고 높은 산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숨어서 피고 싶어라."

누가 보지 않아도 또 지금 당장 잘 나가지 않아도, "숨은 일도 보시"(마태 6,6)고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마태 6,8ㄴ)시는 아버지께서 알고 계시고, 나에게 주어지고 내가 선택한 나의 길을 충실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 나갑시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 14,14)